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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는 것을 공양이라고 하는데, 돈을 내고 먹는 것이 아니라 절을 찾는 이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음식으로 된장국과 나물 혹은 김치 등으로 성찬은 물론 아니나 담백하고 깔끔한 절 음식의 독특함을 맛볼 수 있다. (최근엔 인파가 지나치게 많이 몰리는 유명한 절에서는 공양의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찬과 국이 소금에 절인듯 짜게 제공된다는 말도 들리는데, 행여 그것이 절 음식의 표본으로 오해하는 일은 없기를…)
우리나라에 웰빙 열풍이 불면서 건강에 좋은 재료와 조리법으로 소문난 사찰음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채식이 정신을 맑게 하고, 각종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성인병을 예방해 주는 등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 사찰음식은 단순히 채식을 위주로 한다는 건강법에다 색다른 별미로 즐길 수 있는 ‘맛’이라는 포인트까지까지 더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찰음식을 집에서 손수 조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강좌나 레시피에 비해 전문가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접할 수 있는 음식점은 그다지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창업을 생각한다면 전망이 꽤 좋을듯한데…)
전국에서 이름난 사찰음식점은 당연히(?) 잘 알려진 절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사찰음식 맛보러 종종 그렇게까지 먼 걸음을 하기가 여의치는 않을테니 서울인근에서 한번 찾아보도록 하자.
대표적인 사찰음식점은 대부분 인사동에 밀집되어 있다. 사찰음식점 1호점으로 알려진 <산촌>은 음식 뿐 아니라 사찰을 찾은 듯한 전통음향배경 등이 음식맛을 더하게 한다. 오신채를 철저히 지키면서 들깨죽, 산채모듬나물, 산촌 잡채 등이 대표적 음식으로 손꼽힌다. <산촌>은 깊은 산속에서 자라나는 야생초와 산나물을 사용하여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데, 특히 이 산나물 요리는 업주가 다년간 승려로 있으면서 알게 된 불교사원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승려가 아닌 주인은 채식요리의 권위자로써 계절에 따라 많은 야채 중 좋은 품질만을 선택하여 항상 새롭고 다양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산나물 야채요리는 사찰음식의 가장 중요한 미덕인 ‘화학첨가물을 쓰지 않는’ 순수한 천연 그대로의 맛을 내고 있다. <산촌>에서의 식사는 촉촉한 야채 밀전병과 바삭하고 짭조름한 튀각으로 시작한다. 바구니에는 야생초와 산나물 등이 작은 그릇에 옹기종기 담겨 나온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질감에 약간 쌉쌀한 맛이 식욕을 돋우는 데는 그만이다. 된장찌개는 두부가 잔뜩 들어 있어 맛이 순하고, 김치는 맵지 않으면서도 신맛이 있다. 반주로 농주 한 사발을 들이키면 걸쭉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그만이다. 떡과 차로 식사를 마무리할 무렵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이 강강술래를 시작한다.
<산촌> 건물은 서까래 지붕을 이고 있는 전통한옥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장구, 나무로 조각한 물고기가 달린 풍경 등 자잘한 물건들로 장식된 통로를 지나면 식사를 하는 방에 다다른다. 실내 장식은 전통 서랍장과 약장, 붓글씨와 불화 표구한 것 그리고 그림이 그려진 병풍 등이다. 조명은 한지로 만든 등불이 붓글씨가 쓰인 초가 천장의 대들보를 비추고 있어 운치가 있다.
이름에서 따온 상호를 달았지만 중국집은 아니다. 사찰음식을 기본으로 한 이곳은 채식 코스요리 전문점인데, 채근담이라 한 것은 큰 깊은 뜻이 있다기 보다 채소 채(菜) 자와 뿌리 근(根)자가 이집 음식의 특징을 나타내주기 때문인듯 하다.
<채근담>의 음식은 한마디로 모두 건강식이다. 독특한 것은 음식의 뿌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정식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내어오는 요리의 면면을 보면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 아닌 퓨전형식의 자체 개발한 메뉴를 통해 신선함을 준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는 전통 한식 메뉴에 젊은 자녀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곁들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원래 궁중한식을 전문으로 하던 이곳은 사찰 음식의 대가인 선재 스님의 자문을 받아 더욱 유명해졌다.
<채근담>의 대표코스 ‘담정식’은 가짓수 총 13가지의 코스 요리를 개량한복 곱게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단정하게 서빙한다.먼저 부드러운 흑임자죽이 나오는데 서양의 스프처럼 공복의 위를 차분히 달래주고 곧이어 우엉 잡채, 키위소스 상큼한 유기농 야채 샐러드로 미각을 돋운다.
다음엔 버섯과 나물, 그리고 알싸한 매운 고추가 전 특유의 느끼함을 상쇄시켜주는 지진 메밀쑥전으로 본 코스 진입의 준비를 마친다.
금욕하는 스님들의 사찰음식이라기에 안어울리게 보양식으로도 그만인 건더기 풍부한 우엉 버섯 들깨탕, 푸른 채소물 들인 수삼과 길게 세로로 자른 단호박, 붉은 빛깔의 블루베리맛이 나는 소스(결국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는)를 얹은 모듬 야채 튀김, 두부를 호박선처럼 칼집을 내어 채 썬 채소, 버섯을 넣어 만든 두부선 까지 자극없는 담백한 맛이 줄줄이 나선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흔히 구절판 이라 부르는 칠절 모듬 야채가 나온다. 그제서야 약간 자극이 되는 매콤하게 볶은 김치로 속을 채운 수수부꾸미로 입안을 달아오르게 하지만 이것도 바로 이어 버섯, 파인애플, 두부튀김, 아몬드, 땅콩이 곁들여진 야채 탕수로 진정된다.
후식으로 나오는 솔입차, 강정, 과일도 집에서 흔히 먹는 평범한 맛은 아니다.
이곳의 상차림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성 육식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밭에서 흙에서 나무에서 나는 채식의 향연에 몸과 마음 내맡긴 채 흠뻑 젖어들면 되는 것이다.
풍수설에 따라 전통색인 오방색을 이용해서 꾸며진 실내는 명상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로 몸과 정신의 기운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직접 디자인한 식기와 다포 등은 전통의 향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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