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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이 이글거리며 머리위로 열기를 쏟아내는 한여름에는 나들이 간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도심을 떠나 야외로, 자연 속으로 떠 나는 것은 나들이와 매 한가지지만 그때는 피서라는 말로 대신한다. 말 그대로 더위를 피해서 떠나는 것이다.
나들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때는 사계절 중 역시 봄이고 일년 열 두 달 중 4~6월까지가 전부다. 6월도 중순 넘어가면 이미 날씨가 여름 흉내를 내기 시작해서 자칫 뜻밖의 더위를 만나 고생할 수도 있다.
여름이 오기 전에, 마지막 나들이를 떠나기에 좋은 날들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지난 5월에 휴일에 잠만 실컷 자고 싶은 아빠도 아이들을 데리고 한번쯤은 어딘 가로 나들이를 다녀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억지로 의무감에서 근교 놀이동산 같은 곳에 가서 사람구경만 하고 교통체 증에 짜증만 얻어 갖고 왔던 기억이 있다면 아이들과 제대로 된 나들이 한 번, 여름이 오기 전에 다녀오는 것이 어떨까? 제대로 된 나들이라면 거창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않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제대로 된 나들이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되 아이들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곳을 부모가 찾아 데려가 주는 것이며, 대체로 그에 적합한 장소는 아이들이 자연을 접하고 뭔가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이면 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아이들의 자연경험과 교육을 위한 가족나들이에 좋 은 몇 군데를 알아보도록 하자.

1. 윤희생태학교

지난 4월 문을 연 윤희생태학교는 1만3000여 평 넓은 땅에 백가지가 넘는 들꽃, 연꽃 밭을 비롯한 수생식물, 삼림욕장을 갖췄고, 사철 살아있는 나비를 볼 수 있는 나비생태장과 곤충, 양서류, 파충류를 볼 수 있는 곤충생태장, 살아있는 자연 생태계를 볼 수 있는 자연생태장, 표본 전시실, 새장, 식물생태장, 미니동물원 등을 갖추고 있다.

야장, 미니동물원 등을 갖추고 있다. 야생화 정원에는 80여종의 야생화, 10여종의 허브, 50여종의 각종 나무들이 가득하다.
또 애벌레나 들꽃 씨앗을 사서 집에서 손수 기르고 가꾸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가까이 있는 양평 천문대에 가면 별자리를 관측해보는 기회도 얻을 수 있고, 팔당호 가까이 서는 망원경으로 철새를 관찰할 수도 있고
윤희생태학교는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하루에 다 보려고 하는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몇 가지만 살펴보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곤충에 대단한 매력을 느끼는데 1~3만원에 살 수 있는 갖가지 곤충 애벌레나 성충을 손수 길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매주 토요일 오후2시부터 6시까지 1일 4시간 생태학습교실을 운영하고 초등학교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매주 홈페이지를 통하여 일정과 경비를 공고, 참가신청을 받는다.
일반관람은 월요일만 제외하고 휴일도 가능하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천호동에서 약20분 거리 20km정도 떨어져있으며, 망우리에서도 20km 20분 정도 소요된다.
성남, 수원, 용인 쪽에서 갈 때는 구리-판교간 외곽순환도로에서 하남 인터체인지로 나간 다음 팔당대교로 들어가면 팔당대교에서 10분 정도 걸린다.
홈페이지 younhees.com

2. 갯벌여행

갯벌은 아이들한테 그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놀이터다.
갯벌에서 뒹굴고 조개를 줍고 또 손수 잡은 조개로 가까운 식당에 가 맛있는 조개탕도 해 먹을 수 있다. 최근 새만금 개발을 놓고 찬반의 팽팽한 대립이 눈길을 끌고 있는데, 갯벌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고 이들 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생산되며 또 생산된 유기물이 분해되는 등 하나의 자연생태계 모델로서 인간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요즘엔 이런 갯벌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어 갯벌이 있는 많은 지역에서 보호 보존에 힘쓰고, 동시에 관광 사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서해안쪽 어딜 가나 갯벌이 유명한 곳이 많지만 가깝게 갈 수 있는 좋은 몇 군데를 들자면 강화도 일대와 경기 화성군 제부도,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가 추천할 만 하다.
제부도 같은 곳에서는 갯벌 사진대회, 진흙대회, 조개 많이 줍기 대회 같은 행사를 마련하기도 하므로 미리 알아보고 가면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그리고 갯벌을 찾을 때는 옷 버릴 생각으로 여벌 옷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고, 조개를 담을 수 있는 조그만 주머니도 가져가자.
조개를 캐는 호미도 미리 준비하면 좋지만 현지에서 싼값에 쉽게 구할 수도 있다.
갯벌을 찾기 전에 꼭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물때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제부도 같은 곳은 바다가 갈라져 길이 나는 것으로 유명한데 때를 못 맞추면 어린이들에게 다소 힘든 갯벌 여행이 될 수 있으니 유념하자.
강화도는 펄 갯벌로 갑각류, 조개류, 갯지렁이가 많고 갯벌로 머드 팩을 즐길 수도 있다.
동검도 갈대밭, 장화리의 일몰 등이 볼거리며 초지갯벌, 동검리갯벌, 선두리 갯벌, 동주농장앞 갯벌, 동막해수욕장 등이 가 볼만하다. (www.ganghwado.com)
제부도는 매일 2차례씩 바닷길이 갈라지고 모래, 잔자갈, 모래펄갯펄 혼합지에 바지락이 많다.
MBC에서 다큐멘터리 '갯벌은 살아 있다'를 촬영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westzone.co.kr)

3. 여주 석수공원과 진산 물고기관광농원

여주 ‘석수공원’은 어린이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곳이다.
하룻밤 묵으면서 시골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인데, 농사체험장, 임업체험장, 옛날 먹을 거리 만들기 등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따로 종업원 없이 찾아오는 고객이 손수 장작 패서 불을 지펴야 하고 새벽 닭장에서 갓 낳은 달걀도 꺼내와야 한다.
공원 안에 있는 방아나 널뛰기 같은 옛날 놀이기구로 놀거나 짚을 엮어 만든 새끼로 다른 가족들과 줄다리기나 줄넘기를 하고 절구에 찹쌀을 찌어 인절미도 만들어 먹는다.
예약하지 않으면 바라는 날짜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곳이 가장 자랑하는 것은 황토로 지어진 숙박시설, 주인이 직접 황토를 고르고 벽을 발라 만들었다는 이 민박집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함을 자랑한다. 숙박비는 3인 1실에 2만원.
시외버스로 동서울터미널서 곤지암으로 간 다음 금사리로 가면 된다.
열차는 청량리에서 양평으로 간 다음 하품리로 가는 차편을 이용한다. (안내전화 031-886-4900)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물고기관광농원’은 어린이 낚시 체험 장과 메기낚시 채취장에서 가족이 함께 토종 메기, 붕어, 송어 등을 잡을 수 있어 자연학습과 가족모임의 장으로 매우 적합한 장소이다.
아이와 아내를 휴일에 홀로 놓아두고 낚시를 즐겨왔던 이기적인(?) 아빠라면 이번 기회에 이미지를 쇄신해보자. 아이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입질을 기다리면서 평소 못했던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성격 급한 아이라면 기다림의 중요성을 배울 수도 있다.
잡은 물고기로 끓여주는 매운탕 맛도 일품이다. 인근에 김포 조각공원이 있어 가는 길에 함께 들르면 좋을 듯. (안내전화 031-982-1500)